안녕하세요.
얼마 전 가족과 함께 2박 3일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출발하기 전부터 조금 특별했습니다.
새벽부터 공항으로 향해야 했지만 이상하게 피곤하다는 생각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오랜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은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었습니다.
누가 일정을 정해주는 것도,
어디를 데려다주는 것도 없었습니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길로 걸을지까지 모두 우리가 직접 계획했습니다.
특히 아내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가볼 만한 곳을 하나씩 찾아보고,
맛집도 미리 정리하고,
이동 동선까지 꼼꼼하게 계획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이미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여행하는 내내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만 하고 짐부터 내려놓았습니다.
잠깐 쉬었다가 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오랫동안 준비한 여행이었고, 우리 가족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착한 첫날부터 여행의 순간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후 2박 3일 동안 정말 부지런히 돌아다녔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조식을 가장 먼저 먹고,
곧바로 밖으로 나섰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도 찾아가고,
현지 음식도 이것저것 맛보고,
공연도 보고,
기념품 가게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꼭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처음 보는 물건을 함께 구경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날씨는 쉽지 않았습니다.
햇볕이 강해 땀이 비 오듯 흐르기도 했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비옷을 입고 2층 시티투어 버스를 탄 적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비만 안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데 막상 버스가 출발하니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비를 맞으며 도시를 바라보고,
젖은 비옷을 입은 채 가족들과 웃으며 사진을 찍던 그 시간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계획했던 관광지보다,
그런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관광지가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예전의 우리 가족을 다시 만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를 보면서 여러 번 놀랐습니다.
요즘은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집에서는 말도 많이 줄었고,
표정도 무뚝뚝한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와서는 전혀 달랐습니다.
신기한 것이 보이면 먼저 불러서 보여주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환하게 웃고,
사진도 먼저 찍자고 했습니다.
문득 아이가 다섯 살, 여섯 살 무렵이 떠올랐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해서 작은 것 하나에도 눈을 반짝이고,
계속 질문을 하던 그때의 모습 말입니다.
잠시였지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때의 아이를 다시 만난 것 같았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된 뒤 잊고 있었던 아이의 밝은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참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아내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아이 걱정이 많아 웃는 모습이 많이 줄었습니다.
집에서는 늘 걱정이 먼저였고,
생각도 많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많이 달랐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예쁜 풍경을 보며 사진을 찍고,
다음에는 어디를 가볼지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저도 마음이 참 편안했습니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때 함께 웃었던 모습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회사도 그대로이고,
아이의 사춘기도 그대로이고,
현실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작은 힘이 생겼습니다.
'우리 가족도 아직 이렇게 웃을 수 있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늘 여행을 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간도,
경제적인 여유도 늘 넉넉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가끔은 일상을 잠시 벗어나,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기념품은 쇼핑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웃었던 가족의 모습이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지치고 힘든 날이 찾아오더라도,
이번 여행에서 함께 웃었던 우리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