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족과 함께 다녀온 2박 3일 해외여행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상하게 여행 생각이 자주 납니다.
비를 맞으며 탔던 2층 시티투어 버스도 떠오르고,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도 생각나고,
오랜만에 환하게 웃던 아이와 아내의 모습도 자꾸 떠오릅니다.
그런데 여행이 끝난 뒤에도 한 장면은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제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자유여행이었습니다.
패키지가 아니라 모든 일정을 우리가 직접 계획해서 다녀왔습니다.
사실 그게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내 덕분이었습니다.
아내는 예전에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2년 정도 했습니다.
그래서 길을 물어보는 것도,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했습니다.
저와 아이는 자연스럽게 아내를 믿고 따라다녔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외국인들이 저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사실 아주 간단한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틀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웃으며 아내를 바라봤고,
아내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영어를 조금만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부끄럼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가 발표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목소리도 작았고 발음에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을 해야 하는 영어 시간이나 음악 시간이 늘 부담스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영어가 어려웠던 이유는 영어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영어는 오랫동안 제게 어려운 것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그 마음을 조금 바꿔 놓았습니다.
영어를 잘해서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말을 걸었을 때,
아내를 찾기보다 제 입으로 한마디쯤 대답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자연스럽게 영어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도 보고,
영어 공부 앱도 찾아봤습니다.
인강도 살펴봤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하기보다는,
먼저 제 수준에 맞는 공부가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이 쓴 책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로 사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읽어보고 저에게 맞는다면 그때 구입하려고 합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아마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이 나이에 영어를 해서 뭐 하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끝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했고,
돈 공부도 시작했고,
작은 금액이지만 ETF도 꾸준히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영어까지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당장 영어를 잘하게 된다고 해서 제 삶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습니다.
영어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멈춰 있던 제가 다시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졌다는 사실이 반가웠기 때문입니다.
곧 쉰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이렇게 생각합니다.
늦은 것이 아니라,
이제야 다시 시작한 것이라고.
영어도 얼마나 오래 계속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고,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결과보다,
다시 시작했다는 제 마음을 더 응원해 주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은 저에게 좋은 추억만 남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도 아직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구나.'
그 마음까지 함께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씩,
천천히 해보려고 합니다.
한 달 뒤,
일 년 뒤의 제가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처럼 "나는 안 돼"라고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저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의 저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시작하고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