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잠시 긴장하게 됩니다.
아내에게서 온 카톡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나 진짜 미치겠다."
"말을 해도 듣질 않아."
"정말 힘들어."
"같이 있음 숨이 막힌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부터 됐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틈만 나면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금만 참아 봐."
"사춘기라 그런가 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나름대로 위로도 하고 조언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카톡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회사에서도 하루 종일 긴장하며 일하는데 그런 연락을 받으면 걱정보다 답답함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솔직히 화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
'나도 지금 버티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면 아내도 지쳐 있었습니다.
아이도 힘들어 보였고,
저도 힘들었습니다.
결국 누구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집 분위기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릴 때는 "숙제했니?" 하고 물으면 웃으며 하던 아이가,
이제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할 때가 많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위해
"학원 갈 준비했니?"
"숙제는 다 했니?"
"시험공부는 하고 있니?"
하나라도 놓칠까 봐 계속 챙깁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 모든 말이 잔소리처럼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짜증을 내고,
아내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결국 또 다투게 됩니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이제는 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사실 저희 부부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아이가 우리보다 더 좋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리해서 학군지로 이사했습니다.
회사와는 훨씬 멀어졌습니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대출도 받았습니다.
매달 원금은커녕 대출이자를 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큽니다.
학원비도 적지 않습니다.
생활비를 줄이려고 아끼고 또 아끼며 살고 있습니다.
저희 형편에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을 보면 아이 친구 부모님들 중에는 여유로운 분들이 많습니다.
사업을 하는 분도 있고,
의사도 있고,
은행에 다니는 분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너무 무리한 건 아닐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가끔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 봅니다.
만약 우리가 아이에게 걱정 없이 물려줄 만큼의 자산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이 성적 때문에 지금처럼 예민해졌을까.
공부를 조금 못해도,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
그렇게 말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답답합니다.
우리는 아이가 우리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아직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중학생인 아이에게 부모의 경제적인 사정까지 이해해 달라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내에게 어떤 말을 해야 위로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아내에게
"꼴도 보기 싫어"
"정말 힘들다."
"미치겠다."
라는 카톡이 오면 저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 역시 회사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집에서는 또 다른 걱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내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를 위해 누구보다 애쓰는 사람이 아내라는 것을 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듭니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달라질지,
우리 부부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게 될지,
지금은 그것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딱히 결론은 없습니다.
다만 오늘도 마음이 답답해서 이렇게 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부모라는 게 원래 이렇게 답을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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