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득 생각해 보니, 저희 집에서 가장 많이 웃던 사람은 아내였습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잘 웃었고,
집안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들어와도,
아내가 웃고 있으면 저도 어느새 마음이 조금 풀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며칠 전 결국 아내가 크게 울었습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한참을 울었고,
저와 이야기하면서도 또 울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는 못 하겠어."
그 한마디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날은 저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그날 아이에게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고 했습니다.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아이의 공부를 자꾸 챙길 수밖에 없었는지,
그 모든 것이 미워서가 아니라 걱정돼서였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밥은 차려주겠지만,
숙제를 했는지,
공부를 했는지,
학원에 갔는지,
더는 묻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포기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보니 포기한 것이 아니라,
더는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이런 말도 했습니다.
"요즘은 아이가 한숨만 쉬어도 가슴이 두근거려."
"문을 쾅 닫는 소리만 들어도 불안해."
"나 우울증이 온 것 같아."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돌이켜보니 아내는 그동안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본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고 싶은 것도 참았고,
먹고 싶은 것도 미뤘고,
여행도 마음 편히 다녀본 적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필요한 것이 생기면 언제나 자기 것을 먼저 포기했습니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형편보다 조금 무리한 선택도 했습니다.
학군지로 이사했고,
대출도 감당했고,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아이 교육만큼은 줄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게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내는 웃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아내가 그냥 많이 지쳐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아내는 혼자 너무 오랫동안 버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사춘기를 겪은 것만큼,
아내도 긴 시간을 버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잘한 것은 없습니다.
아내가 힘들다고 말할 때마다,
저는 해결책부터 이야기했습니다.
"조금만 참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사춘기라 다 그래."
저는 해결해 주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원했던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당신 정말 힘들었겠다."
그 한마디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집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아이도 힘들고,
아내도 힘들고,
저도 힘듭니다.
누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다시 예전처럼 웃게 될지,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달라질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습니다.
가족을 위해 가장 많이 참고,
가장 많이 포기했던 사람이,
어쩌면 가장 먼저 지쳐버렸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그동안 가족을 걱정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는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당분간은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웃던 사람이 웃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 가족이 그만큼 오래 버텨왔다는 뜻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냥 이 마음을 기록해 두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