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 전 회사에서 한 형님이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며 업무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 형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모아 왔다고 했습니다.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는 일부를 팔고,
다시 떨어지면 조금씩 사 모으기를 반복하며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생활해 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모은 주식은 어느새 30억 원 가까운 자산이 되었고,
최근에는 그 주식을 정리해 은행 예금으로 옮겼다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덧붙인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은행 이자만 1년에 8천만 원이 넘는다더라."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그런 자산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참 이상했습니다.
부럽기도 했고,
허탈하기도 했고,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계속 마음속을 맴돌았습니다.
일하지 않아도 제 연봉보다 많은 돈이 매년 들어온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한동안 멍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현장직으로 일했고,
비슷한 시간을 보냈는데,
누군가는 이제 일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저는 아직도 월급날이 되면 안도하기보다,
이번 달도 잘 버틸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20년 동안 뭘 한 걸까.'
시간이 조금 지나니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 형님은 오랜 시간 꾸준히 투자했고,
그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인내가 있었을 것입니다.
저와는 살아온 환경도,
선택도,
상황도 모두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합니다.
상대방이 걸어온 20년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결과만 보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30억이라는 숫자보다,
'일하지 않아도 내 연봉보다 많은 돈이 들어온다'는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축하해 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제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건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습니다.
아마 회사를 오래 다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그날 저도 딱 그랬습니다.
퇴근하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그날 제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은 형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인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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