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사람도 오래 버티면 지칩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들어 아내를 보며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나는 이 사람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나.'

예전의 아내는 저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섰고,

복잡한 일도 차분하게 해결했습니다.

누구에게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성격이었습니다.

오히려 큰일이 생기면 저는 아내를 더 믿고 의지하는 편이었습니다.

'아내랑 상의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지.'

그렇게 생각할 만큼 든든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처럼 잘 웃지 않고,

이야기도 많이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던 일에도 마음을 많이 쓰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작은 아이의 사춘기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부모 말을 듣지 않는 것도,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것도,

한숨을 쉬는 것도,

아내는 그냥 넘기지 못했습니다.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먼저 반응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여름방학이라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각자의 시간이 있었지만,

방학이 되면서 하루 종일 함께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일도 쉽게 지나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서로에게 더 힘든 시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쓰이고,

한숨 한 번에도 걱정이 되고,

방문을 닫는 소리에도 마음이 철렁한다는 아내를 보면서,

저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는 아내가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늘 앞에서 해결하던 사람이었고,

오히려 제가 의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늦게 알아챘던 것 같습니다.

아내도 늘 강했던 사람이 아니라, 오래 버티고 있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저도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집안일도 더 하고,

설거지나 청소도 먼저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아내의 마음까지 덜어줄 수는 없어도, 

몸이라도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하는 이런 것들이 정말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집안일은 대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향한 걱정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아내가 느끼는 불안과 답답함,

속상한 마음까지 덜어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럴 때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씩씩했던 사람도,

오래 버티다 보면 지칠 수 있다는 것을.

요즘은 예전처럼 쉽게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지금의 아내에게는 그 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답을 말해 주는 사람보다,

그저 같은 마음으로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직도 어떻게 해야 가장 큰 힘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아내가 혼자 이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생각만은 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적어도 함께 버티는 사람은 되고 싶습니다.

사춘기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입니다.

아이도 조금씩 성장할 것이고,

우리 가족도 지금과는 다른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요.

그때까지 우리 모두가 너무 지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누구보다 오래 버텨 온 아내가,

다시 예전처럼 웃는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아내가 조금이라도 웃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가족 모두가 지금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마음을 남겨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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