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 전 아내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번에 아이 학원 방학 때 해외여행 한번 다녀올까?"
아이가 중학생이다 보니 마음대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원 일정까지 생각하면 사실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기가 많지 않습니다.
아내도 그걸 잘 알고 있어서 한참 동안 이것저것 찾아본 것 같습니다.
성수기인데도 최대한 저렴한 곳을 알아봤다고 했습니다.
비행기표도 비교하고,
숙소도 여러 군데를 찾아보고,
가장 현실적인 여행 계획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보니 숙소와 항공권만 300만 원이 넘었습니다.
거기에 여행하면서 쓰는 비용까지 더하면 제 한 달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여행보다 돈 계산이 먼저 시작됐습니다.
'2박 3일인데… 내 한 달 월급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구나.'
'정말 괜찮을까.'
아이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첫 가족 해외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 여행이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간다는 설렘보다,
'이 돈을 써도 괜찮을까.'
그 걱정이 먼저 앞섰습니다.
원래 여행을 계획하면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부터 기대해야 하는데,
저는 어느새 여행보다 비용부터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가족을 위해 쓰는 돈인데도 쉽게 기뻐하지 못하고,
먼저 비용부터 계산하는 제 모습이 조금 씁쓸했습니다.
'내가 너무 쪼잔한 아빠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돈이 아까운 사람이 아니라, 앞으로가 불안한 사람이구나.'
생활비도 있고,
대출도 있고,
아이 교육비도 있습니다.
매달 빠듯하게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큰돈을 쓰는 일이 쉽게 결정될 리 없습니다.
그래도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아이의 지금 이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몇 년만 지나도 아이는 친구들과 여행을 더 좋아할 수도 있고,
가족여행을 귀찮아할 나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함께 만드는 추억은 그때가 아니면 만들 수 없습니다.
그 생각 하나가 제 마음을 조금 바꿔 놓았습니다.
여전히 비용은 부담됩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한동안 더 아끼며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흘렀을 때,
통장 잔액보다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돈만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획 없이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다시 차근차근 모으면 됩니다.
ETF도 계속 투자하고,
블로그도 꾸준히 쓰고,
다시 제 속도대로 걸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돈을 다시 모은다고 해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48세가 되고 나니 돈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고,
시간의 소중함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진짜 어려운 것은 돈을 모으는 일이 아니라,
돈과 추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만큼은 돈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아이가 어른이 되어
"그때 여행 정말 좋았지."
그렇게 한마디만 해준다면,
지금의 고민도 충분히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돈보다 추억을 조금 더 믿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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